본격 게임 추억팔이 글 02. Games .



- 03 . 슈퍼 패미컴 : 드래곤볼 .


본인은 어려서나 지금이나 드래곤볼을 참 좋아한다.
한글 습득이 유독 더뎠던 본인에게 한글을 떼게 해준 책이 다름 아닌 드래곤볼이었고, 처음으로 접한 만화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애착이 강하다. 아마 많은 20대 - 30대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영원한 남자들의 로망, 드래곤볼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아버지께서 데려간 게임샵. 어린 나이에 그곳은 별천지였다. 슈퍼 패미컴뿐만 아니라 패미컴, 메가 드라이브 등의 롬팩들이 가지런히 유리 상자 안에 진열되어있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광경이었다. 

선물로 고를 수 있는 소프트는 딱 하나, 흐릿한 기억이긴 하지만 마징가Z와 드래곤볼 중 크게 고민한 기억이 난다(예나 지금이나 본인은 캐릭터 게임을 참 좋아한다). 

한참동안의 고민끝에, 필자는 팩 하나를 쥐어 들었다. 그것이 바로 '드래곤볼 Z 초무투전 2' 였다.


지금봐도 설레는 초무투전2의 타이틀 화면


초무투전 2는, 지금 돌이켜봐도 참 잘만든 캐릭터 게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캐릭터 게임이 아닌 '격투 게임'으로써는 약간 어중간한 진행 속도라던가, 살짝 끊기는 프레임 등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등장 인물들과 그들의 다양한 기술적 특징을 잘 구현한 점이나 '메테오 스매쉬'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의 필살기 표현, 그리고 이 게임의 백미인 '에너지파 대결' 등은 확실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게임 지식을 그다지 쉽게 찾을 수 없던 당시에, 정작 주인공인 손오공으로 플레이할 수 없다는 점은 본인에게 큰 좌절감으로 다가왔고, 스토리모드에서 살아 움직이는 손오공을 바라보며 "아…. 손오공으로 하고 싶다."라고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스토리모드에서 멀쩡이 움직이는 캐릭터를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없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거기다가 난쟁이 똥자루만한 손오반이 주인공이라니!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초무투전2의 오프닝 화면에서 특정 커멘드를 입력하면 손오공과 전설의 슈퍼 사이어인 브로리를 고를 수 있다. 

스토리 모드 中 손오공과 셀의 대결


초무투전2의 스토리모드는 일품이었다. 손오반, 베지터, 트랭크스, 피콜로 중 캐릭터를 선택하여 드래곤볼 Z의 셀전부터 극장판 스토리인 보쟈크 전까지를 풀어나갈 수 있으며, 각기 다른 전투를 펼칠 수 있는 분기 시스템도 존재한다. 일본어를 몰랐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일본 가이드를 하시는 둘째 이모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풀어나갔던 기억이 난다.


초무투전2를 산 지 2년쯤 지난 후였을까…. 초무투전2의 후속작 '드래곤볼 Z 초무투전 3'가 발매된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드래곤볼 완전 한글화!!!"라는 카피를 들고 국내에 출시됐었다. 물론 드래곤볼 빠돌이인 본인은 롬팩이 출시되자마자 구입했는데, 10만원인가 12만원인가 하는 실로 애미리스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기억이 난다.


등골브레이커 초무투전 3


당시에도 했던 생각이고 지금도 종종 드는 생각이지만, 차라리 초무투전 2를 한글화했으면 반응이 더 좋지 않았을까-한다. 물론 한글화를 깔끔하게 되었지만 게임 자체가 컨텐츠가 너무 부족했다. 스토리모드가 없고 오로지 대결모드만 존재하는 이 쌈박한 게임은 초무투전 2와 같은 설렘을 주지는 못했다. 캐릭터의 수도, 3편이라 보기엔 너무 볼륨이 적었으며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기술 역시도 초무투전 2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오로지 대결모드만 존재했었기에,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접대용 게임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와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서로 빡친 나머지 주먹 다짐을 하여, 서로의 코에 쌍코피를 흐르게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오프닝 화면에서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미래에서 온 트랭크스로 플레이가 가능한데, 역시 초무투전 2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쓴지라…. 초무투전 2의 손오공, 브로리만큼의 상쾌함은 없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리고 올 것이 왔다. '드래곤볼 Z 하이퍼 디멘션' !! 초무투전 시리즈의 연장선이자 반다이의 기술이 집대성 되어있는 이 작품은 당시 7만원이라는, 초무투전 3 보다는 저렴하나 역시 애미리스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내가 알기론 SFC용 드래곤볼 Z 격투 게임의 마지막 작품이다. 한글화는 되지 않았으나 부드러운 모션과 훌륭한 캐릭터 볼륨, 그리고 다양한 기술이 일품이었다. 


심플한 타이틀, 훌륭한 게임


초무투전 3에서 사라졌던 스토리모드가 부활하였다. 스토리 모드는 프리더전부터 마인부우전까지- 드래곤볼 Z의 스토리를 거의 모두 담아두고 있다. 손오공이 주인공 캐릭터이긴 하나 피콜로, 베지터, 오천크스 등 스토리별로 비중있었던 캐릭터들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무공술 모드가 사라졌고 그대신 차지 어택 기능이 생겨났는데, 상대방을 종이나 횡으로 날려버릴 수가 있었다. 이로인해 옆으로 밀어버리면 다른 스테이지로 날아가게 되고, 위로 날려버리면 공중전이 가능한 새로운 플레이 형식이 탄생했다.

에너지파 대결도 대폭 축소되었다. 초무투전 시리즈와 같이 에너지파가 정지 화면에서 단독으로 나가는 기술이 아닌, 타기술과 마찬가지로 격투의 연장선격인 기술로 취급되었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대신 각 캐릭터들의 초 필살기라 볼 수 있는 '메테오 스매쉬'의 입력이 대폭 쉬워져, 초보들도 쉽게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딱딱했고 조금은 튀었던 전작의 도트 캐릭터들보다 훨씬 부드러운 형상과 모션을 보여주었으며, 각 캐릭터들의 기술 역시 특징을 잘 찝어내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부드러운 모션이 일품이다


어린 나이에 본인이 이 게임에서 좋았던 점은 이외에도 또 있었다. 바로 손오공을 '슈퍼 사이어인 1' 상태가 아닌 '슈퍼 사이어인 2'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손오공과 베지터의 합체 캐릭터인 '베지트'의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스토리모드를 서너번 깨며 아예 뽕을 뽑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손오공의 메테오 스메쉬 용권 발동시에 손오공이 슈퍼 사이어인 3로 변신하는 장면은 정말 쌈박했다. 숨겨진 캐릭터로 브로리, 슈퍼사이어인 3 손오공 등이 존재한다는 낭설이 있었는데 거짓인 것 같다.  


이렇게 세개의 게임을 플레이한 후, 초무투전의 처녀작이 궁금했던 본인은 동네 게입샵에 가서 5천원을 주고 '드래곤볼 Z 초무투전' 중고팩을 구입했다. 게임 소감은 "으아니, 초무투전 3보다 훨씬 재밌잖아!!"


캐릭터의 볼륨이 상당했던 초무투전 1탄


초기작이라 역시 조금 더 모션이 딱딱하고 에너지파 입력이 힘든 점이 있긴 했지만, 피콜로와의 마지막 대결부터 셀전까지의 스토리모드가 잘 구현되어 있었으며, 스테이지 클리어, 혹은 커맨드 입력에 따라 늘어나는 캐릭터들은 매우매우 다양했다.

역시 가장 좋았던 점은 노말 손오공과 슈퍼 사이어인 손오공을 따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손자(초무투전 3)보다 나았다


이 드래곤볼 시리즈 네 작품은, 아직까지 롬팩을 모두 가지고 있다(케이스와 매뉴얼은 분실한 것 같지만). 큰이모댁에 방치되어있으니, 조만간 꺼내서 찍어 올리도록 하겠다.


요번 글에서는 본인의 초등학생 시절을 지배했던 드래곤볼에 대해 적어보았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시길 !!



P.S 01 . 
초무투전 2를 재밌게 하신 분들을 위해! 초무투전 2 O.S.T를 올립니다^^ 
들으면서 추억에 빠져보세요 ㅋㅋ 지금 들어도 참 잘 만들었네요 


본격 게임 추억팔이 글 01. Games .


본인은 게임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헤비유저는 아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온 라이트 유저로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게임에 관한 추억들을 포스팅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1988년생으로서,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게임기와, 게임에 관한 내용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 00. 처음 접한 게임기 .


본인이 가장 먼저 접한 게임이는 대우의 '삼성 겜보이'였다. 4-6세즈음에 처음으로 접한 것 같다.
사실 잘 기억도 안난다. 평소 필자를 매우 귀여워하시던 큰 이모께서, 본인이 댁에 방문할 때마다 심심해하는 것을
보시고는 큰 맘 먹고 본인을 위해 게임기를 한대 장만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삼성 겜보이였다.

오라! 오라! 겜보이의 위엄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당시 삼성 겜보이의 전용 소프트는 전무, 혹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며 갤로그, 요술나무, 쿵푸 등의 고전 명작 넘버들이 그대로 이식되었던 것 같다. 당시 삼성 겜보이에서 컨펌한 소프트들은 간단한 조작과 훌륭한 승부욕 고취(...)로 어른들도 쉽게 접하고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다.

요술나무의 플레이 화면


당시 필자의 큰이모는 요술나무 마스터, 큰 이모부는 겔로그 마스터로서 현란한 패드 플레이로 당시 게임을 자주 접하던 꼬멩이들도 접할 수 없을 법한 스코어들을 마구 올리셨던 기억이 난다.



- 01. 슈퍼 패미컴 .


그렇게 큰이모댁에서 게임의 참재미를 알아버린 본인은 집에 도착한 후 게임기를 무척이나 갈망했고(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아버지께서 큰맘 먹고 초 인기 기종이었던 '슈퍼 패미컴'을 사오신 기억이 난다.

심플하고 정감가는 디자인의 SFC


게임기와 함께 두개의 소프트를 가져오셨는데, '스트리트 파이터 2'와 '슈퍼 마리오 월드'였다. 스트리트 파이터2의 경우에는 아버지께서 "남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소프트가 무엇이냐'라고 물어서 사오신 것이었고, 슈퍼 마리오 월드는 게임 가게에서 서비스로 제공한 팩이었다(서비스로 준 팩이라 케이스와 메뉴얼은 없었다).

본인은 게임기를 받자마자 스트리트 파이터2의 팩을 끼워넣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리라, 스트리트 파이터2는, 7살 꼬마가 하기에 썩 건전한 게임은 아니다.

본인이 선택한 류가 대퇴부를 다 드러낸 춘리에게 신나게 얻어맞는 모습을 보신 부모님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으셨고, 결국 부모님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스트리트 파이터 2 금지'령을 내리셨다(ㅋㅋㅋ). 그리하여 꼽게 된 슈퍼 마리오 월드의 팩.

아마 지금까지 본인의 게임 플레이 중에, 가장 식음을 전폐하고 집중했던 게임이 바로 이 슈퍼 마리오 월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긴말 해봐야 입만 아픈 '슈퍼 마리오 월드'


슈퍼 마리오 월드는, 슈퍼마리오 3까지의 발매를 통해 성공을 이룬 닌텐도의 마리오적 기술력(!!)이 집약되어있는 초 명작으로, 이는 본인과 본인의 부모님의 이목을 확실히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됐다.

당시 아들이 지는 것은 못보셨던 본인의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2 스테이지 낭떠러지에서 죽는 것을 보자 회초리를 들고 오셔서(...) 본인을 꾸중하시며(...) "이 판을 깰 때까지 게임기를 끌 수 없다."라고 엄포하셨고, 본인은 펑펑 울면서 1시간만에 2스테이지를 완벽하게 클리어한 기억이 난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 덕분에 어린 본인의 뇌에 '마리오적 패드 사용법과 마리오적 플레이'는 완벽하게 각인되었고, 덕분에 본인의 손가락은 마리오와 싱크로율 100%를 이루어 동네의 '마리오 왕'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큰이모댁에 보관되어있는 슈퍼 패미컴을 꺼내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가 있는데, 슈퍼 마리오 월드의 타이틀 화면이 나오면 본인도 모르게 저절로 마리오 플레이 적합한 손모양으로 패드를 쥐곤 한다(우측 엄지의 왼쪽 테두리를 초록버튼과 노란 버튼 위에 두고 검지로 패드의 우측 모서리를 감싸며 언제든 엄지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엄지 둘째마디에 힘을 준다).

본인에게 '게임을 못하면 어머니께 혼난다'라는 큰 가르침을 준 마리오의 타이틀 화면


그렇게 1년 간을 슈퍼 마리오만을 클리어하며, 수많은 클리어와 비밀 스테이지 발견을 하며 지내던 중, 본인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금지령이 해금되었고, 아버지는 입학 기념으로 새로운 소프트를 사주겠다며 본인을 게임 가게에 데려갔다.

- 2화에 계속.


01. 인간실격 . Books .


인간실격(웅진닷컴)
다자이 오사무 지음 / 허호 옮김


대학에 입학하여 작문 시간에 가장 처음 낸 독서 감상문은 '인간실격'에 관한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라 불리우는 전후 세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일본문학에 흥미가 동했던 나는 서점에 찾아가 '표지가 심플하고 이쁘며 제목이 자극적인' 일본문학 서적 한 권을 집어 들었고 그것이 바로 인간실격이었다. 

쇼와 시대의 전후 문학 작가. 당시 일본 문학계는 가와바타 야스나리/미시마 유키오로 대표되는 '유미·탐미주의' 파와 다자이 오사무 등으로 대표되는 '데카당스'파, 즉 퇴폐문학파로 갈리어있었다. 탐미주의와 퇴폐주의, 언뜻 보기에 형질이 비슷해 보이는 이 두 노선은 사실은 정 반대되는 길을 가는 두 분류였다. 탐미주의가 종전 후의 패배의식을 미에 대한 접근과 집착으로 '승화'시키는 쪽이었다면, 데카당스는 이 패배의식의 나락으로 추락해버리는, 전형적인 패배주의 문학이었다.

그러한 데카당스 문학 중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이 인간실격과 사양은 단연 독보적인 것이었다. 구원조차 없는 파멸.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발악하는 주인공, 하지만 점점 더 깊숙히 빠지게 되는 퇴폐와 관능의 늪. 물론 '사양'에서 여주인공 가즈코는 종장에 '전투 개시'를 외치며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하지만 지옥에서 외치는 구원은 그저 단말마의 비명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양은 달리보면 오히려 인간실격보다 더욱 눅눅하고 짙은 좌절의 초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갓 대학 새내기가 된 20살의 동생들에게는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한창 청춘의 환상에 젖어있을 친구들에게 이 책은 너무나 불유쾌하고 퇴폐적이고, 좌절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부품으로서의 자신에서 이면의 자신을 찾고 싶을 때, 그리고 어두운 자아에 대한 보살핌을 결심했을 때는, 과감히 이 책을 추천하도록 하겠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따로 써놓은 감상문이 있으므로 이 쯤에서 끝내고, 아래에는 내가 대학 새내기 때 썼던 감상문을 적어놓도록 하겠다.



서평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퇴폐의 끝에 도착하는 인간 파멸의 종착역­


 「인간실격」은 1948년 발표된 그의 소설집 『인간실격』에 포함 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나온 직후 그는 강가에 투신자살하여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인간실격』은 사실상 그의 유작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인간실격』에 실려 있는 「인간실격」과 「사양」 중 「인간실격」만 다루도록 하겠다.


 「인간실격」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로, 그가 1936년부터 구상을 시작하여 10여년에 걸쳐 집필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품었던 작품이다. 이러한 1)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작품 그 자체만이 아닌, 작가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2)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퇴폐한 생활과 허무주의, 그리고 파멸의 미학을 테마로 한 작품을 주로 집필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는 크게 1기, 2기, 3기로 나뉘는데, 결혼 생활을 하여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던 2기를 제외하고는 허무주의와 퇴폐의식이 짙게 깔린 소설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그는 실제로 데카당 생활로 인생의 전반을 보내왔다. 과도한 음주, 흡연, 마약­ 게다가 3번에 걸친 자살 미수는 그가 얼마나 퇴폐적인 삶을 살아왔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삶이 기반이 된 그의 작품은 자연히 다른 허무주의나 퇴폐주의 계열에 비해 더욱 짙은 농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허무주의를 넘어선 패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이 점은 3)미시마 유키오를 위시한 많은 작가들의 비판․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 세계와 더불어 암울했던 삶의 말기에 쓰인 「인간실격」은 그의 데카당스 성향이 정점에 오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인간실격은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으로 시작된다. ‘나’는 작가 자신의 사진이 동봉된 ‘누군가’의 수기를 보게 된다. 그 수기는 다름 아닌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일생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반영한 ‘요조’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수기는 그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1기, 2기, 3기로 나뉜다. 유년시절부터 소년시절까지를 다룬 1기에서 그는 타인과 같이 감정의 교류를 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찬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묘사한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가진 그 절대적인 ‘힘’이 두려워 매일을 초조하게 살고, 아버지가 출장을 가게 되어 선물을 사온다고 하자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실제로도 다자이 오사무는 아버지와 가문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반생을 살아왔고, 유달리 자신에게 냉담한 어머니 때문에 ‘가정의 사랑’이란 것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랐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에게 복종하며, 아버지의 권위에 짓눌린 ‘요조’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유년을 적나라하게 투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그가 타인에게 자신의 비정상적 면모를 숨기기 위해 발견한 것이 바로 ‘익살’이었다. 그는 익살로서 타인을 즐겁게 하고, 삶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그러나 그것은 평생 그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필요악이 되어 따라붙는다.


 익살이 자신의 연약한 내면을 보호해주는 최상의 도구임을 깨달은 ‘요조’는 두 번째 수기에서 자신감에 충만한 미남자로 등장한다. 1기의 연약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익살로서 웃긴다. 자신이 가진 이 익살이라는 무기가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은닉해줄 수 있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을 이것으로서 속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동급생인 다케카즈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금 지독한 공포에 잠식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별 볼 일 없고 몸도 쇠약한 다케카즈가, 자신의 익살을 완전히 간파한 채 내면을 투시한 것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는 그만큼의 공포에 휩싸여 떨게 된다. 자신이 모든 사람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간 모든 사람이 익살이라는 철옹성을 뚫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금 그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번에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닌, 인간세계와 세상 사람들 모두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다. 담배를 살 때도, 지하철을 탈 때에도 지독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점점 퇴폐하고 음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다니던 학교는 재적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방탕한 생활로 인해 돈은 바닥을 드러낸다. 결국 이러한 삶에 지친 그는 그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자신과 동류(同流)라 생각하는 족속인 매춘부(혹은 매춘부와 같은 호스티스)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자살시도는 여자만 죽고 ‘요조’ 자신은 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요조’의 자살시도를 알게 된 가문은 ‘요조’를 파문시킨다. 그는 모든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허무함과 자기 멸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요조’는 ‘요시코’라는 처녀를 만나게 된다. 속세에 떼묻지 않은 순결한 영혼. ‘요조’는 그녀를 자신에게 내려온 구원이라 판단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비극이 닥쳐온다. 생활고에 시달린 그녀가 남자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벌고, ‘요조’는 그 장면을 정면으로 포착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내려진 구원마저 자신을 파괴하는 공포라고 인지한 요조는 다시 퇴락한다. 마약과 술의 연속. 그는 결국 결핵마저 얻게 되고 모든 것을 비관하여 다시금 자살을 시도한다. 이 역시도 실패로 돌아가 그는 모든 것을 단념한 채 시골로 내려가 요양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금년에 스물일곱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마흔 이상으로 본다. 이것이 제 3기이자 수기의 마지막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수기를 모두 읽은 ‘나’는 ‘요조’를 광인(狂人)이라 평한다. 수기를 자신에게 건네준 술집 마담에게, ‘나’는 ‘요조’가 살아있다면 그를 당장 뇌병원으로 보내라고 말한다. 그러자 마담은 말한다.


제가 알고 있는 요조는, 정말로 착하고, 경우가 바르고, 술만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니 마셨다 하더라도, 하느님같이 착한 사람이었어요.


 본 작품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작가 본인의 삶이 적나라하게, 그리고 파격적으로 쓰여 있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자괴적이고 연약한 어투는 작품의 색과 더없이 잘 어울려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수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은 독백체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내부적으로는 주인공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더욱 흡입력 있게 묘사하고, 작품 외적으로는 작가 스스로의 죄책감을 반감시켜주는 효과를 주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보여주는데 도움을 준다. 소설과 다자이 오사무를 놓고 보았을 때, 사실 작품에서 다자이 오사무로 표현되는 인물은 ‘요조’이지만 액자식 구성을 취하기 때문에 ‘나’를 다자이 오사무 본인으로, ‘요조’를 허구의 인물로 투사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백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다자이는 자신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작품 내적으로 ‘독백’의 문체가 큰 힘을 갖게 되고 작품 외적으로는 '수기‘의 형식이 작품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연약한 인간의 몰락­ 그 표면적 상황이 아니다. 자신을 파괴하고 망가뜨려감으로서 억압된 세상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요조’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그러한 이유는 첫째, 작품이 쓰인 시대적 상황에 근거해서이다. 「인간실격」이 출판되었을 당시, 일본은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며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있던 시기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이 소설은 일본인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것이다. 극도의 퇴폐와 자기 파괴를 보여줌으로서 현실의 패배주의와 허무주의를 잊게 하는 「인간실격」의 힘.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작품은 많은 일본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그가 대중을 사로잡았던 자기 파괴의 미학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삶과 관련해서이다. 이것은 굉장히 특이한 삶의 자세로 보이면서도, 다시 생각하면 사실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내면의 연약한 속살이 드러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혹은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며 살아간다. 요조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두려움에서부터 삶을 시작했고, 결국 거짓 익살과 자기 파괴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그가 도착한 종착역은 고통에 얼룩진 폐인의 삶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전하는 교훈이다. 사실 우리 모두 ‘요조’와 같은 삶을 무의식적으로 지향한다. 우리의 감추고 싶은 내면이 드러났을 때, 웃음과 거짓으로 애써 그것을 부정하거나 그것을 쉽사리 드러낸 자신을 멸시하며 그것을 무마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런 거짓으로 얼룩진 다자이의 삶의 끝은 자살이었다는 것을.


-참고자료

허호 번역, 『인간실격』(웅진닷컴)

Naver 백과사전

 

1) ⓛ 수기에 가까운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 ② 작가 필생의 역작이라는 점
2)  퇴폐주의. 문학에서는 원래 로마제국 말기의 병적인 문예의 특징을 가리켰으나, 19세기 말에 보들레르와 베를렌의 영향을 받은 모리스 드 블래시, 로랑다이아드, 로당바크, J.모레아스 등 상징파 시인들이 데카당(퇴폐파:1886∼89)이라고 자칭하여, 이후 그들의 예술적 경향을 데카당스라고 평하였다.
3)  일본의 극우주의, 과격행동파 작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했다. 여성적이고 패배주의적 어조를 가진 다자이 오사무를 강하게 비난했었다.

 


이글루스 시작 ! Routine .



예전부터 마음은 먹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이글루스를 드디어 만들었다.
사실 군대에서 만들어보려 했으나 그 놈의 회원가입시 인증제도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았다.

으흐흐, 드디어 싸이에서 벗어나 블로그라는 것을 만져보는구나. 나도 이제 얼리어답터? 신세대?
뭐 그런건가 :D

음, 이 블로그에서는 개인홈피인 싸이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나의 최대 관심사(특히 록 음악과 록 보컬)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근해볼까 한다. 'Voice Riary'라는, 나름의 강좌 카테고리도 만들어놨고!


자, 요 블로그라는 자그마한 공간을 어떻게 꾸며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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